택(宅)자가 댁(宅)으로 발음(發音)되는 경우

고한어(古漢語)에서 ‘택(宅)’자는 ‘場伯切 혹은 直格切’로 우리말 발음으로는 ‘적’과 비슷하였으며 ‘거처(居處), 장지(葬地)’ 등의 뜻이었다. 현대 중국어 곧 백화(白話), 보통화(普通話)에서 ‘택(宅)’자는 ‘zhai' 비슷하게 발음하여 ‘집, 주택, 거처, 장지’ 등의 뜻이며  ‘집’일 경우 대개는 비교적 큰 집을 가리킨다.

이 글자가 국어음(國語音)으로는 ‘택’과 ‘댁’으로 갈리는데, 어떤 분이 ‘택’은 ‘집, 가정’을 뜻하고 ‘댁’은 ‘아내’를 뜻하는 글자로 구분한 모양인데 그렇지 아니하다. 그래서 ‘이 댁, 저 댁, 시댁, 할아버지댁, 큰댁’은 다 틀린 말이니 ‘이 집, 저 집, 시집, 할아버지집, 큰집’이라고만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는데, 그랬다가는 ‘남의 집’을 높이는 말을 쓰지 않는다 하여 타박을 당하기 알맞은 말이라 생각한다.

옥편, 한자 자전들에서조차 택(宅)자를 ‘(1) 남의 집이나 가정을 높여 이르는 말, (2) 남의 아내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이라 풀이하였다. ‘택(宅)’자의 ‘음(音)’을 “택/댁‘ 두 가지로 구분하여 사용하는 전통은 ‘중국’에서는 볼 수 없으므로 우리 고유의 어법이라 하겠는데, ‘택’으로 발음할 때에도 ‘집, 가정’의 뜻이며, ‘댁’으로 발음할 때에도 ‘집, 가정’의 뜻을 지니는 ‘대가댁(大家宅), 사돈댁, 양반댁, 종가댁, 처가댁, 풍류댁(風流宅), …….’ 등등 실제로 쓰이는 말이 흔하므로 ‘댁’이라 하는 한자음이 ‘아내댁’이라 함은 잘못 짚은 판단이다.     

국어사전에서 ‘댁(宅)’의 풀이는 다음과 같았다.

(1) <명사 ①> 남을 높이어 그 사람의 집이나 가정을 일컫는 말. “댁이 어디시죠?”

(2) <명사 ②> 예전 양반들이 하인들 앞에서 말할 때, 자기 집을 일컬은 말

(3) <의존명사> ①>남편의 성과 직함 다음에 붙이어, ‘그의 아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지체 높은 사람에게는 쓰지 않음. “김 서방 댁/이 참봉 댁”

(4) <의존명사 ②> 출가한 여자의 친정 동네 이름 아래 붙이어 그 곳에서 온 ‘부인’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 곧 택호. “수원댁/온양댁”

(5) <대명사> 평교간이나 또는 손아랫사람을 직접 부르지 않고 완곡하게 부르는 제2인칭. “댁이 무슨 상관이오?”

사전에는 ‘댁내(宅內)’라는 말도 실려 있는데, 그 풀이가 다음과 같다.

⇒댁내(宅內)-남의 집안을 높여서 일컫는 말. “댁대 별고 없으십니까?

더 재미있는 현상은 ‘택호’를 풀이하면서 예어(例語)는 모두 ‘댁’으로 발음하도록 하였다.

⇒택호-벼슬 이름이나 장가든 곳, 주부의 친정의 지명 등에 붙여서 그 사람의 집을 부르는 이름. 박주사댁/이군수댁/수원댁 등.

그러므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집, 가정’의 뜻을 가진 한자 ‘택(宅)’자는 ‘댁’이라는 한국한자음(韓國漢字音)을 더 가지는데, 현대 국어에서 그처럼 ‘댁’으로 발음되는 경우는 (1) 남의  ‘집, 가정’을 높이어 일컬을 때, (2) 썩 지체가 높지 아니한 남의 아내를 일컬을 때, (3) 택호(宅號)로 일컬을 때, (4) 평교간 또는 손아랫사람을 완곡하게 제2인칭으로 일컬을 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