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결혼과 축화혼

남자가 여자에게 장가들고, 여자가 남자에게 시집가는 일을 합쳐 흔히 ‘혼인(婚姻), 혹은 혼가(婚嫁), 가취(嫁娶)’라 합니다. 그러므로 혼인 잔치에 갈 때 축의금 봉투에 ‘祝結婚, 祝華婚’이라 쓰면, 남자가 장가드는 것만을 축하하게 되어 여자 쪽 집에 대하여는 예의에 어긋난다 한 것을 보는데, 한 마디로 어불성설의 웃기는 소리입니다.

본래 일본말인 ‘켓콘(けっこん, 結婚, 결혼)’은 일본어사전에서도 ‘혼인(婚姻)’이라 뜻풀이하고 있는 것처럼, ‘결혼(結婚)’은 ‘결혼인(結婚姻)’의 준말이고, ‘화혼’ 또한 ‘화혼인(華婚姻)’을 줄인 말이므로 ‘결혼, 화혼’이라는 낱말은 당연히 장가드는 일, 시집가는 일 다 포함하는 말일 수 있습니다. ‘봉(鳳)’이 ‘봉황(鳳凰)’을, 또 ‘린(麟)’이 ‘기린(麒麟)’을 줄인 말이 되는 이치와 같습니다. 모든 낱말의 뜻이 꼭 글자 그대로가 아닌 경우도 많아 오늘날  학교의 어느 교실에도 판서면(板書面)이 검은색이 아니라 대개 녹색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흑판, 칠판’이라 하며, 심지어 백색 ‘화이트 보드’까지도 ‘칠판, 흑판’이라고도 하는 걸 보면서, ‘결혼, 화혼’은 글자대로만 해석한다는 건 전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자 자전(字典)에서 혼(婚)은 처가혼(婦家), 장가들혼(取婦), 혼인할혼(結婚) 등으로,  또 인(姻)은 사위집인(夫曰婚, 婦曰姻), 시집인(媤也), 아내인(妻也), 혼인할인(婚姻), 인연인(因緣) 등으로 훈석(訓釋)하는 글자입니다.

본래 혼인(婚姻)이란 글자는 사위쪽 집에서 아내쪽 집 곧 처가(婦家)를 가리키는 말 및 처가쪽에서 사위집을 가리키는 글자의 합성어였는데, 뜻이 번져 남자가 장가들고, 여자가 시집가는 일을 합쳐 혼인(婚姻)이라 일컫게 되었습니다..

한편 위에서 보듯이 혼(婚)이라는 글자는 또 사위쪽 집에서 며느리를 맞아들이는 일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 때 그 반대되는 글자 곧 며느리쪽 집에서 사위를 맞아들이는 일은 가(嫁)라는 글자를 써서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을 합쳐 흔히 혼가(婚嫁)라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자전에서 가(嫁)자를 찾으면 ‘시집갈가(女適人)'로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편 요사이 우리는 위처럼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을 아울러 말할 때 ‘결혼(結婚)'이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하는데, 이 ’결혼‘은 일본에게 우리보다 오래 식민 지배를 당한 대만(臺灣)에서는 사용되지만 ‘중문대사전(中文大辭典)’에도 나타나지 아니하는 낱말인데, 그 까닭은 이 낱말이 ‘켓콘(けっこん, 結婚)’이란 일본말에서 비롯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장가들고 시집가는 두 가지 일을 다 아우르는 글자는 ‘혼인’ 또는 ‘혼가’라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 ‘축결혼, 축화혼’은 남자가 장가드는 일만을 일컫는 것처럼 보인다고 오해할 법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아니합니다.

비근한 예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말 ‘켓콘(けっこん, 結婚)’을 일본어사전에서 한번 찾아 보세요. 그 ‘결혼’의 뜻풀이는 당연히 ‘혼인’으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축화혼’의 ‘혼(婚의)’자를 ‘혼인할혼’자로 보아, 장가들기, 시집가기 둘 다 포함하는 뜻으로 새기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의 전통 예절은 하루아침에 어느 호사가가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 년 전통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깊이 따져보지도 아니하고 입싸게 혼자의 판단으로 왈가왈부하지 말고 전통의 명문, 명가, 명사들에게 충분히 자문을 구한 다음에  바른 답을 구하여 세상 사람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