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 대한 호칭

≪국립국어연구원, 표준화법해설≫

 현실성, 어법 고루 감안

조선일보사에서 가진 ‘화법 표준화 사업’ 자문위원회의 공통된 견해는 지켜지지 못할 현실성이 없는 어형은 배제하여 언어 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한편, 현실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명백히 그릇된 것 또한 배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신혼 초에 남편을 부르거나 가리킬 때의 서먹서먹함을 고려하여 신혼 초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여 몇 가지 어형을 넣기도 하였다.

□*호칭어

우선 남편을 부르는 경우는 신혼 초, 아이가 있는 경우, 그리고 장년기 이후 노년기의 호칭으로 나누었다. 호칭과 지칭을 막론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대체로 신혼 초의 말이었다. 따라서 이 날 회의에서도 신혼 초의 호칭, 지칭에 대해 특히 논란이 많았는데, 신혼 초의 남편 호칭은 표에서 보듯이 ‘여보’, ‘○○씨’, ‘여봐요’로 결정하였다. 신혼 초에도 남편을 부르는 경우 ‘여보’가 가장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막 결혼한 신부가 ‘여보’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 어색할 경우 ‘여보’라는 어형으로 넘어가는 전 단계로 ‘여봐요’라는 어형을 추가한 것이다.

물론 ‘이봐요’, ‘여보세요’ 등도 있을 수 있지만 ‘여봐요’가 어감상 ‘여보’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여봐요’로 하였다. 결혼 전의 호칭을 그대로 결혼 후에도 사용하여 ‘형’, ‘오빠’, ‘아저씨’라고 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일 뿐 아니라, 어법에도 맞지 않아 결코 써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씨’는 흔히 쓰고 있고, 남편을 ‘아저씨’나 ‘오빠’로 부르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신혼 초에 쓸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씨’의 ‘씨’가 영어의 미스터를 그냥 번역한 느낌이고, 또한 ‘○○씨’ 라고 했을 때 부부간의 정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사무적인 인상을 풍기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아야겠다는 것이 회의 참석자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남편 호칭의 또 다른 한 문제는 ‘자기’이다. 요즘 젊은 신혼 부부들, 특히 연애 결혼을 한 부부들은 서로를 ‘자기’라고 부른다. 한두 자문위원이 ‘자기야’는 안 되나 ‘자기’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보였으나 대부분의 참석자는 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어떤 위원은 이런 말을 들으면 불쾌하기까지 하다고 하였다. 자녀가 있는 젊은 부인들은 ‘여보’라고 남편을 부르고 또 아이에 기대어 ‘○○아버지’, ‘○○아빠’ 라고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아빠’라고만 부르는 것은 자신의 친정 아버지를 부르는 것인지 남편을 부르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일본식 어법이므로 절대 써서는 안 된다고 결론이 내려 졌다.

장년층이나 노년층에서는 ‘여보’를 쓰되 때로는 ‘영감’ , ‘○○할아버지’, ‘○○아버지’ 라 할 수도 있다는 데 의견이 쉽게 일치하였다. 남편을 지칭하는 말은 누구와 대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칭어

시부모에게 남편을 지칭할 경우는 ‘아비’, ‘아범’으로 써야 한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신혼의 부인이 ‘아비’, ‘아범’이라 할 수 없으므로 ‘그이(이이, 저이)’ 로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응백(李應百) 자문위원이 ‘걔’라는 말이 좋다고 하였으나, 현실성이 없다하여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친정 부모에게는 전통적으로 ‘○서방’이었고 현대에도 그대로 씀이 옳다는 의견이었다. 이 밖에 ‘그 사람’으로 할 수도 있다.

남편의 형제들에게는 남편의 형제들을 기준으로 그들이 부르는 대로 ‘형(님)〔시동생에게〕, 동생〔시아주버니에게〕, 오빠〔여동생에게-〕’로 함이 자연스럽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였다. ‘○○아버지’처럼 자신의 자녀에 기대어 표현하는 것은 형제 앞에서는 쓰지 않는 것이 형제 사이의 우애를 생각하여 좋겠다는 뜻이다.

동서들이나 시누이 남편에게는 ‘그이’, ‘○○아버지’ , ‘○○아빠’ 로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친정 동생들에게도 역시 그들이 부르는 대로 ‘형부’, ‘매부’, ‘매형’이라고 하는 것이 남편의 형제에게 그들이 부르는 대로 한 결정과 맥을 같이한다. 친정 오빠나 언니, 그리고 친정 형제의 배우자들에게는 동서들이나 시누이 남편에게와 같이 ‘○서방’, ‘그이’, ‘○○아버지’,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자녀에게도 역시 그들이 부르는 대로 ‘아버지’ 또는 ‘아빠’라고 하는 것이 좋고, 며느리에게는 ‘아버님’, 사위에게는 ‘장인(어른)’, ‘아버님’이라고 한다.

자신의 친구들에게는 ‘그이’, ‘우리 남편’, ‘애 아버지’, ‘애 아빠’로 쓸 수 있다. 신혼 초에는 우리 신랑’, 나이가 들어서는 ‘우리 영감’ 이라고 써도 무방하나 남편의 직함을 붙여 ‘우리 사장’, ‘우리 장관’, ‘우리 선생’, ‘우리 부장’ 등으로 지칭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