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자어(韓國漢字語) 사촌(四寸)의 유래


친속(親屬), 친족(親族) 관계의 원근(遠近)을 나타내는 법률 용어인 친등(親等, degree)의 한 가지를 일컫는 ‘사촌(四寸)’은 중국에서 전래된 말이 아니고, 우리 고유의 한국한자어(韓國漢字語)이다. 그러기에 중국 출간의 중문대사전(中文大辭典), 한어대자전(漢語大字典) 등에는 나타나지 아니하며, 또 그런 연유로 일본 책 모로바시(諸橋轍次)의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에서도 나타나지 아니한다.


 친등을 ‘삼촌(三寸), 사촌(四寸)’ 등 촌수(寸數), 계촌(計寸)으로 나타내는 어휘는 고려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라 짐작이 되지만 그것이 확실한 기록으로 전하는 바는 고려 말엽 내지는 조선 초엽이었다. 예를 들면 고려사(高麗史)의 충렬왕(忠烈王) 34년(1308) 조(條)의 ‘외사촌(外四寸)’과의 통혼(通婚) 금제(禁制), 목은집(牧隱集)의 ‘사촌회(四寸會)’,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 및 태조실록(太祖實錄) 등의 초기 실록,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나타나는 ‘삼촌(三寸), 사촌(四寸), 오촌(五寸), 육촌(六寸), 칠촌(七寸), 팔촌(八寸), 구촌(九寸)’ 등 술어가 이른 시기에 기록된 본보기였다. 

 

이와 같은 친등 계산법은 전통적으로 ‘로마법식(法式)’과 ‘사원법식(寺院法式)’ 두 방식이 있었다 한다. 이 두 방식은 직계친(直系親)의 경우에는 모두 같아서 ‘나’와 일등친(一等親)인 ‘부(父)’와 ‘자(子)’를 비롯하여 세대(世代)가 멀어지는 데 따라 친등이 멀어지는 것으로 된다. 곧 부자(父子)의 관계는 일등친, 조손(祖孫)의 관계는 이등친(二等親), 증조(曾祖)와 증손(曾孫)의 관계는 삼등친(三等親)이 되는 것과 같다. 위 양방식(兩方式)의 차이는 방계친(傍系親)에서 나타난다. 로마법식은 자신으로부터 방계친이 갈리어 나간 동원(同源)의 직계혈친(直系血親)에까지 이르는 친등을 우선 계산하고, 다음에 다시 동원의 혈친에서 대상  방계친까지의 친등을 헤아려 합산한 것을 그 친등의 수(數)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증조(曾祖)를 동원으로 해서 갈린 재종형제(再從兄弟)는 육등친(六等親)이 되는데, 그 까닭은 ‘나’로부터 동원인 증조까지가 3등친, 증조의 아래로 ‘종조부(從祖父)→종숙부(從叔父→)재종형제’까지가 다시 3등친이므로 그 합계가 육등친 곧 6촌(六寸)이 되는 것이다. 이어 혈친의 배우자(配偶者)는 물론 그 배우자의 친등을 따르게 하고, 배우자의 혈친과 배우자 혈친의 배우자는 또한 배우자의 친등을 출발점으로 하여 세, 대가 멀어지는 친등을 보태어 계산한다.


위에 기술한 바를 토대로 혈친의 친등 계산법을 몇 가지 더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직계혈친으로서 자기로부터 아래위로 1세대를 헤아릴 수 있는 사람 사이를 1친등(一親等, a ralation in the first degree) 혹은 1등친(一等親)이라 하므로 자신과 부모 사이가 1친등이고, 자신과 조부모 사이는 2친등이 된다. 또 자신과 자녀 사이가 1친등이요, 자신과 손자녀의 사이는 2친등이 되는 바와 같다. 방계혈친(傍系血親)의 경우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동원인 직계혈친 사이의 세대수를 헤아린 연후에 다시 그 동원인 직계혈친으로부터 대상 인물 사이의 세대를 헤아려 합한 총세수(總世數)를 친등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면 자신과 형제자매의 사이는 2친등의 방계혈친인데, 나로부터 동원의 직계혈친인 아버지와의 사이가 1친등이고, 다시 아버지로부터 형제자매 사이가 1친등이므로 쌍방을 합하여 2친등이 된다. 그리고 나와 백숙부는 3친등의 방계혈친이  되는데 그 까닭은 나로부터 동원인 조부모 사이가 2친등이고, 다시 조부모로부터 백숙부 사이가 1친등이므로 둘을 합쳐 3친등이 되는 것이다. 인친(姻親)의 친등 계산법의 경우 첫째, 혈친(血親)의 배우자(配偶者)는 그 배우의 친등을 따르는데, 그러므로 시부모(媤父母=翁姑)와 며느리(兒媳) 사이의 친등은 당연히 시부모와 그 아들인 남편 사이의 친등과 같으므로 1친등이 된다. 또 형제지처(兄弟之妻)와 나 사이는 2친등인데 그 연유는 당연히 나와 형제 사이의 친등을 따르기 때문이다. 둘째 배우자 혈친과의 나와의 친등은 나와 배우자의 친등을 따르고, 배우자 혈친의 배우자와 나와의 친등 또한 나와 배우자의 친등을 토대로 삼아 헤아린다.


위에 비하여 사원법식(寺院法式)의 방계친등 계산법은 한 동원을 기준삼아, 그 동원에서 갈려 나온 최초의 방계친을 일등친으로 하고, 그로부터 한 세대씩 멀어짐에 따라 친등이 한 단계씩 멀어지는 것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면 ‘부(父)’를  동원으로 삼고 이를 기준으로 하면 ‘형제’는 방계의 일등친, 그 자(子=姪)는 2등친으로 되고, 조부(祖父)를 동원으로 삼고 이를 기준으로 ‘숙(叔)’은 일등친, 그 자(子=종형제)‘는 2등친이 됨과 같다.

 

우리는 위와 같은 친등을 전통적으로 고유 문화인 촌수로 나타내는데, 촌수의 본래의 뜻은 ‘마디’라는 뜻으로 손가락의 마디, 혹은 대나무의 마디에서 연원한 이름인 듯 보인다. 곧 촌수가 적으면 많은 것보다 근친인 친족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예를 들면, 숙부를 3촌, 종형제(從兄弟)를 4촌, 3종형제를 8촌이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직계 혈족에 관하여는 촌수를 사용하지 않는데, 이는 촌수가 직계를 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계를 계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촌수 계산의 논리화, 법식화를 위하여 정약용(丁若鏞)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父子相承爲一寸’이라 함에서 보듯이 직계혈족의 경우 예외적으로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에 한해서만 촌수를 인정한다. 이 경우 물론 자신과 아버지의 촌수는 1촌으로, 이를 기준으로 해서 방계의 촌수가 정해진다. 그러나 이는 촌수 계산을 위한 편의상의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형제간, 조손간(祖孫間)은 논리 내지 수학적 계산을 위하여 2촌이라 할 수도 있고, 나와 증조부(曾祖父) 사이를 3촌, 나와 고조부(高祖父) 사이를 4촌 등으로 계산할 수는 있어도 일상 언어 내지 사고(思考)에서 직계에 대하여는 계촌법(計寸法)의 기본과는 달리 그 모두를 1촌으로 인정하며, 심지어 시조(始祖), 중시조(中始祖)와 나 사이는 수십 대가 격(隔)하여도 1촌간으로 받아들인다.


이 친등의 계산법에 따라 ‘종형제자매(從兄弟姊妹)’는 “나→아버지→할아버지”사이의 2친등 및 “할아버지→맏/작은아버지→4촌형제” 사이의 2친등이 합쳐져 4등친 곧 4촌이 된다. 또 과거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 ‘할아버지의 형님 및 아우’를 일컬어 ‘종조왕부(從祖王父), 종조조부(從祖祖父)’라 하였지만 우리말로는 ‘종조부(從祖父)’라 하고 민간에서는 ‘4촌대부(四寸大父)’라 번역하였는데, 그럼으로써 ‘종조부’가 4등친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곧 ‘나→아버지→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 사이의 3친등과 ‘증조할아버지→종조할아버지’ 사이의 1친등, 결과적으로 쌍방을 합쳐 4등친, 곧 4촌이 된다. 그리고 또 한어(漢語)의 ‘종(從)’에 해당하는 국어 어휘가 ‘사촌(四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