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受苦)하십니다, 수고하십시오’라는 인사말에 대하여


1. 국어사전에서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씀’을 뜻하는 낱말 ‘수고’는 그 어원(語源)을 밝힐 수가 없었던지 한글로만 적고 있으며, 주요한 파생어(派生語)들로 ‘수고로이, 수고롭다, 수고스럽다, 수고스레’ 등을 들고 있는데, 현대 언어에서 충분히 표준어의 지위에 올라 있다 싶은 동사(動詞) ‘수고하다’는 아예 ‘올림말’로 삼지 아니한 사전이 대부분이다.


2. 1992년 국립국어연구소의 ‘표준화법해설’에서 이 ‘수고하십시오’를 윗사람에게는 절대로  써서는 안 될 말이라 하면서 동년배나 아랫사람에게는 쓸 수 있는 인사로 들었다.-“p. 109.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 “……, 윗사람에게 ‘수고하십시오.’하고 인사를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젊은 사람들은 그 말이 인사말로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은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윗사람에게는 절대로 써서는 안 될 말이다. 그러나 동년배나 아랫사람에게는 ‘먼저 가네. 수고하게.’처럼 ‘수고’를 쓸 수 있다.”


3. 인사말의 큰 원칙 가운데 하나가 사용되는 낱말, 글자의 뜻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이 상식이다. “아침 진지 드셨습니까?”라는 인사가 “혹 아침 진지를 안 드셨다면 제가 마련해 드리겠습니다.”와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 상식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수고하십시오.’라는 인사가 “말 그대로 고생 좀 하십시오.”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사람이 있을 리 없으므로 상대방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든다고 한 점은 이해가 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신세대들에게 크게 익어져 있는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제 먼저 갑니다. 그럼 계속 수고하십시오.”같은 인사를 표준화법으로 인정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4. 더욱이 ‘수고하십시오’식의 인사는 이미 우리 고전어에서 쓰였던 것이었다. 고전어에서 ‘수고’는 ‘슈고, 受苦, 슈고다’라 하였으며, 요사이의 ‘수고롭다, 수고로이’ 등에 해당하는 낱말도 훌륭히 사용되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 기이한 점은 ‘受苦’라는 단어가 우리 문화에서 만들어진 고유 한자어이기 때문에 중국의 옥편, 사전 등에 실리지 아니한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된 ‘한국한자어사전’에도 전혀 올림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 슈고, 슈고다

-슈고 견지 못다(不耐勞)<漢淸文鑑, 28d>

-너 슈고여다(生受你)<老乞大諺解, 41>

-슈고여다 相公아(生受相公)<朴通事諺解,重刊本 16>
□ 슈고다

-이 다아 衰면 受苦요미 地獄 두고 더으니<月印釋譜,一,21>

□ 슈고이

-受苦이 修證거시(辛勤修證)<楞嚴經諺解,四,71>

□ 슈고롭다

-안자서 보노라 니 슈고로와 노라(松江歌辭,二,9>

□ 슈고뢰이다

-슈고뢰여도 슬흐여 아니리라<恩重經諺解,12>